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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이야기

3월 19일) 엎친데 덮친격, 갈수록 태산, 노루 피하니 범이 온다, 산 넘어 산이다 .... 또 뭐있지? 무튼 모든걸 포괄한다. 본문

자기개발/일기

3월 19일) 엎친데 덮친격, 갈수록 태산, 노루 피하니 범이 온다, 산 넘어 산이다 .... 또 뭐있지? 무튼 모든걸 포괄한다.

reban 2025. 3. 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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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슬픈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침에 벽을 타고 전해지는 소음때문에 9시가 되기도 전에 몇번이나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픈걸 깨달았다. 두통이 살짝. 요즘 잠을 하루에 7시간 밖에 못잤다. 평소보단 많이 잔건데 스트레스가 과도한가 생각하며 다시 잠이 들다가 천둥같은 전화벨소리에 다시 깨서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일감 얘기인 줄 알았는데 얼마전에 지원한 공고 소식이었다. 분명 마감일이 17일이라서 어제쯤엔가 합격자 발표는 다 추스리고 23일정도에 나겠지라고 생각이 스쳐지나갔던게 기억이 났다. 잠이 들깬 채 전화를 들어보니 다급한 목소리로 어제 이미 1차 합격자 명단에 나왔고 거기에 내 이름은 없었다는 말을 전하셨다. 의외로 나는 무덤덤하게 들었고 걱정하는 목소리에 되려 내가 내 앞길보다는 이분들의 염려가 더 걱정이 되었다. 알아는 보겠으나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도전하자는 말에 웃으며 알겠다고 했지만 속내로서는 이번에도 안됐는데 다음에 될리가 하는 회의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으려 조심하기 바빴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해보았으나 무덤덤한 줄 알았더니 미묘하게 슬금슬금 올라오는 가슴께에 불편한 좌절감과 함께 전화가 끝나길 기다렸던 것처럼 온 집안을 흔드는 드릴소리에 잠은 완전히 달아났고 그래도 반항심에 조금쯤은 이불 안에서 미적대다 결국 지고 일어났다.

두통이 드릴소리에 계속 시달리다가는 정말로 심해질 것 같아 서둘로 빵을 데워 먹고 가방을 싸들고 집을 나와 도서관을 향했다. 아침이라 사람이 없었는데 한두시간 지나니까 점점 더 학생들로 가득 찼다. 문득 나의 학생 때가 생각이 났다. 집에만 누워있던 무기력한 시절. 얘네들은 나보다 나은 인간이구나 다시 한번 자괴감에 휩싸인다. 멍때리다가 글을 썼다. 좀 쓰니까 나아지는 거같기도. 하지만 나는 앉아서 1600만원을 벌 수 있는데 멍청하게도 그걸 한순간에 날려버린 등신이 되었다는 불행에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었다. 계속 운이 없었다. 내 자리가 아니겠거니 되뇌이면서도 내가 노력하지 않았음을 나의 잘못으로 명백하다는 무의식의 속삭임이 나의 기분을 더 가라앉게 만들었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이런 거절의 표현은 익숙하지 않으니까. 이미 휘둘린다고 느끼고 있음에도 나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제일 절망스러웠다. 그냥 절망 그대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멍때리고 글을 쓰고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글이 끝이 났고 오늘 할 일을 하자는 생각에 다시 책을 들었다.

주변의 한 여학생이 가방을 내려놓고 앉는다. 그리고 잔다. 또 그게 거슬린다. 자는게 거슬리는게 아니라 나의 퍼스널 스페이스에 들어온 존재가 거슬린다. 이럴 때마다 나는 내가 너무 성가신 사람이고 병적인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내 드넓은 퍼스널페이스는 이 좁디 좁은 도시에 사는 조건에 충족하지 못한다. 누가 있음 집중이 안된다니 멍청하고 비참하다. 나는 아무래도 무인도 같은데서 혼자 살아야 하나봐. 내가 자리를 피하려고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그 여자애는 깨서 핸드폰을 한다. 내가 민폐가 된거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약한 소리를 하게 된다. 마음같아서는 그 애를 붙잡고 오늘의 푸념을 늘어놓고 싶다. 왜냐면 그나마 좀 마음을 잡아가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고 또 하나의 암담한 소식을 전해왔기 때문이었다.

몇일째 건물 리모델링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소음에 시달리고 있었다. 갓 이사한 나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내보냈다고 집주인은 말한다. 나도 내보낼까 했는데 인정이 있어 내보내지 못했다고. 어떤 속내인지 뻔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다행인 일이었기에 순수하게 감사와 안도를 표했다. 공사는 간단할 줄 알았던 내 예상을 부시고 몇일내내 심지어 주말까지 드릴소리와 말소리 그리고 망치소리에 내 낮시간은 방해를 받았다. 오늘은 그나마 일감이 없어서 도서관에 피신해왔더니 전화로 또 내 생활에 침범한다. 내일 저녁까지 수도를 쓰지 못하게 됐다며.

나는 씻지 못하면 잠을 못잔다. 정확히는 푹 못잔다. 피곤해서 안 씻고 잤더니 찝찝함에 계속 자다깨다를 반복해 결국 새벽에 일어나 씻고 자야 그제서야 푹 자는 버릇이 있다. 집주인은 미안하다 했지만 뭐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려니 예견은 하고 있었으나 그게 오늘일 줄이야. 당장 어떻게 씻고 자지란 고민을 하다 답이 늦게 나왔다. 다시 한번 전해오는 사과에 괜찮다고 애써 웃어보였지만 전화를 끊고 나는 다 잡았던 마음이 다시 흐트러지는 것을 느꼈다. 소음공격으로 매일 집에서 피신하는 생활에 이어 이제 집에서 화장실도 못쓰는 등신천치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결국 이 세상은 나에게 이렇게 모멸찬지 원망이 막 소리없이 튀어나온다. 결국 한숨을 쉬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닥친 현실에 순응하기 위하여 어떻게 씻고 내일 저녁까지 물을 안쓰고 3끼의 끼니와 볼일을 해결해야 할지 머리를 굴린다. 이 참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목욕탕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이 신께서 주신 기회가 아닐까? 등을 처떠밀어야 내가 들은 척이라도 하니 원.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길을 트는거지. 그래 그거야. 하다가도 근데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하는 불만이 사고 하는 와중에도 계속 고개를 내밀었지만 아니라고 못말린다는듯이 애써 그 생각을 밀어내기 바쁘다. 내가 요즘 큰 잘못을 한 걸까. 아니 애초에 내가 뭘 했는데, 그리고 이런 일은 왜 순차적으로 일어나는게 아니라 한꺼번에 오는지? 하필. 나 올해 삼재인가? 아, 날삼재긴 하네. 에라이. 결국 또 다시 습관과 같은 체념을 한다.  

그리고 다시 밥을 밖에서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다시 자고 있는 여자애가 보인다. 문득 이 답답함과 암담함을 토로할 데가 없어 자다가 내가 깨운 그 여자애를 붙잡고 성토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어때 나 불쌍하지 그러니 불쌍한 나를 위해 자리를 옮겨주지 않을래. 그런 부질없는 상상을 하고 다시 책을 붙잡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떠나지를 못할 것 같다. 그저 목욕탕을 도전해볼 용기가 계속 되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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